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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함대 그 출범에서 침몰까지: 태평양전쟁과 일본 연합함대

제목연합함대 그 출범에서 침몰까지: 태평양전쟁과 일본 연합함대
지은이 : 박재석, 남창훈 공저
펴낸곳 : 가람기획
ISBN : 9788984352322
펴낸날 : 2005년 08월 20일
구입일 : 2010년 04월 21일 
읽은 날짜 : 2010년 05월 18일
이 책을 산 것은 전적으로 50% 반값 할인 때문이다. 그러나 엄청난 책을 읽게 되었다. 글쓴이들이 엄청난 사람들인가 보다. 이 책 한권으로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군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왜 그토록 남태평양에서 치열하게 싸웠는지, 왜 졌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앞부분에 이순신 장군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좋았을 거 같다. 그리고 사진자료는 많은데, 전장에 대한 지도가 없는 것이 흠이다. 지도와 작전 지도가 있다면, 그 넓은 남태평양이 머리 속에 들어왔을 것 같다. 요즘 퍼시픽이라는 전쟁 드라마가 시작한다고 한다. 이 드라마는 육군 위주다. 드라마도 꼭 봐야 겠다.

우선 해전의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바이킹 이후부터 함포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해상의 육박전이다. 캐러비안 해적의 전투신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서로 전투 인원을 많이 싣고서 꽝 부딪치면 적선에 올라 육박전을 하는 형태다. 이런 전투는 함포가 나오면서 바뀌게 된다. 먼저 발견하고, 함포를 쏘고 부딪치고 육박전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형태의 해상 전투의 개념을 바꾼 사람이 이순신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을 거북선 만으로 기억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연구한 분이 계시는데,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의 저자인 정광수님이다. 요즘 다시 찾아보니 "이순신과 임진왜란" 이라는 책으로 새로 내신 것 같다. 함포전으로 바뀌게 되면 3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함포의 사정거리, 정확도, 발사속도이다. 어차피 16세기에 함포는 해안선을 넘어 설수 없기 때문에 먼저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를 구할 수 없어, "이순신과 임진왜란" 을 참고로 보자.



임진왜란 당시의 왜군은 상륙이나 적함에 뛰어올라 백병전을 펼치는 해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함포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전술을 생각하고 있다. 함포의 발사속도를 올리는 일과 멀리 정확하게 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무척이나 많은 연습을 하고, 실전에서도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장군의 이러한 함대와 함포 사용은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의 도고 헤이하치제독이 배워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말을 인용한다.

그 축하연 석상에서 어떤 사람이 아첨을 하면서 ‘이번의 대승리는 역사에 남을 위대한 것이다. 이는 정확히 나폴레옹을 트라팔가해전에서 물리친 넬슨제독과 필적하며, 당신은 군신이다’라고 하였다. 도고제독은 이에 답하여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제 생각에 넬슨이라는 인물은 그정도의 인물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군신의 칭호를 붙일 만한 인물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순신정도의 인물이겠지요. 이순신과 비교하면 저는 하사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라고 말하였다 - http://blog.daum.net/kscpp/7890712 에서 인용

여기까지가 짧으나마 해전의 역사와 이순신 장군과 그 일본 후계자에 대한 소개이다. 자 이제 책으로 들어가 봅니다.

동해해전의 승리는 러일전쟁을 위한 해군작전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의의를 일본 해군에게 주었다. 그것은 해군작전의 진수는 함대결전이며, 함대결전에서 승리하면 전쟁 그 자체에서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함대결전사상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이 사상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4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 15쪽

그럼 이른바 대함거포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고 일본 역시 그 방향으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해군의 확장과 신예함정의 도입이 전쟁수행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 이에 비해 현대전에서 그 중요성이 가장 높은 잠수함이나 비행기는 그 당시 아직 초보적인 기술수준이었기 때문에 무기로서 큰 의미를 지니지는 못했다 ... 실제 동해해전에서 이것을 경험한 일본 해군이 대함 거포주의를 주체로 한 함대결전사상을 더욱 굳혀나간 것도 당시의 상황으로는 당연한 결론이었다. -17쪽

구시대적인 함대결전론 사상과 그 폐해
당시 일본 해군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통해 기습을 이용한 선제공격과 함대결전을 통한 승리가 전쟁 자체의 승리로 귀결된다는 믿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과의 전쟁 역시 아시아 주변에 있는 미군을 먼저 공격한 후, 구원하러 오는 미 태평양함대를 자신들이 원하는 위치로 유인한 다음 전함에 의한 함대결전으로 단 한번에 섬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 26쪽

물론 일본 해군의 수뇌부들 모두가 이런 함대결전사상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해군성의 항공부장이었던 이노우에 시게요시 중장의 경우 함대결전사상이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이며, 미국과의 전쟁 역시 수뇌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전쟁수행을 위해서는 미국의 잠수함과 항공전력으로부터 해상수송로를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해 해군은 수송선단을 호위할 함정을 건조하고,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로 조직된 다수의 강력한 기동부대를 조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묵살되었고, 결국 안전한 해상수송을 위해 필요한 호위 전문부대는 전혀 편성되지 못했다. 그리고 일본 해군은 나중에 이러한 합리적인 의견을 도외시한 벌을 톡톡히 받았다.

... 함대결전으로 승리한다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일본 해군은 인적, 물적으로 예비란 개념을 전혀 두지 않고 있었다. 단 한번에 끝나는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후를 대비해 예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 또 대함가포주의와 함대결전론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만든 게 해군 자신이므로, 당연히 수뇌부에는 포전문가가 많은 반면 항공전문가는 극소수만 존재했고, 이와 같은 구성이었던 탓에 스스로 항모를 통한 항공작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냈으면서도 불구하고, 그후로도 해군은 전함을 주력으로 하는 정책을 버리지 못했다. - 27쪽


진주만 공습의 교훈
이에 반해 항공기는 그 자체만 볼 때에는 전함의 능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세지만 대규모로 동원하는 방법을 통해 그 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진주만 공습으로 인해 증명이 된 것이다. 이 작전으로 인해 항공기들은 지금까지 해상작전의 주력으로서 오랫동안 왕좌를 지켜왔던 전함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고 새로 그 자리를 차지한 기념비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반대로 전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43쪽

정리해보자면 해전은 이렇게 발전해왔다.
육박전 -> 함포-육박전 -> 함포전 -> 함대전 ->거함주의 -> 항모를 통한 제공권 ->레이더를 이용한 함포, 어뢰전 -> (그 다음은 다른 책을 보고) 아마도 항모에 전투기로 해,공을 장악. -> 이지스함과 조기경보기, 항공모함.

연합함대에 보듯이 전쟁은 인류의 무기를 진화시킨다. 이 진화를 주도하는 자가 강국이 되고, 과거의 승리에 도취한 교리를 신봉하면 지게된다. 이 진화의 핵심은 국력과 기술이다. 그리고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과 열린 소통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들 너무 멋지다. 하나에 집중하면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