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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스포츠에서 더 이상의 한일전을 원하지 않는다.

축구부터 야구까지 한일전은 전통의 라이벌 대결이자 흥행을 보장받는 큰 경기이다. 피켜 스케이팅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까지 등장하자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한일전은 피할 수 없는 전통이 되어 버린 듯 하다.

난 더 이상의 한일전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나 기록이 아닌 서로 다투는 축구, 야구 같은 경기에서 한일전을 그만했으면 한다. 나도 한일전을 하면 만사 제치고 흥분하면서 보았지만, 앞으로는 더는 아니다.

한일전을 보면 우리 선수들은 목숨을 걸고 뛴다. 참 보기 좋은 것 같지만 안스럽다. 임진왜란과 식민지배 이후의 민족의식이랄까 일본에는 무조건 지지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일본을 보면 지지않는 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한다. "지지않는" 경기를 하면, 자신의 준비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쏟다보니, 무리한 플레이를 할 때가 많다. 골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중압감은 선수들을 굳게 만든다. 일본 아이들이 하는 경기를 보면 골을 먹어서 억울은 하겠지만, 경기를 즐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준비된 기량과 전략에 따라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경기란 결국에 승자와 패자로 나뉜다. 나는 우리가 일본을 이겼다고 해서 특별히 자랑스럽지 않다. 일본에게 졌다고 해서 특별히 수치스럽지도 않다. 경기일 뿐이다. 축구만을 놓고 보면 최근의 일본의 기량은 세계 8강급은 되어 보인다(월드컵이나 기타 다른 대회에서 성적을 그만큼 내지 못하는가는 미스테리이기도 하지만 논외로 하자). 유연하고 부드럽고 창조적인 플레이. 그에 반해 우리 축구는 계속 제자리다. 난 그 원인이 과도한 한일전에 있다고 본다. 또한 "지지 않기 위한" 경기 전략에 있다고 본다. 못하면 못하는 데로, 최선을 다해 뛰어야한다. 목숨을 걸고 지지 않는 것이 가장 멍청하다.

일본의 스포츠에 대한 투자와 광범위한 아마추어 체계는 너무나도 부럽다. 스포츠 자체를 생활에서 즐기면서 하루 하루 성장해 나가는 일본과 태능에 모여서 인생을 걸고 스포츠를 업으로 삼는 우리. 우리가 과연 끝내 이겼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면 끝내 이길 수 있을까?

더 이상 한일전을 원하지 않는다.
더 이상 한일전을 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