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뜨거운 감자

초과이윤공유제와 이건희, 삼성

오늘 이건희 회장의 "초과이윤공유제"에 대한 비판에 대한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님의 "이건희 회장님, 시간이 됐습니다"라는 글을 봤습니다. 이원재 소장님의 글이 절제된 논조이며, 감동이라 분들과 추천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원재 소장님의 글은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비난하는 심정을 담은 아름다운 글일뿐, 아무 의미도 없고, 그런 비합리적인 글을 경제연구소의 수장이라는 분이 썼다는 것에 대해서 저 역시 실망을 거둘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원재 소장님의 글의 첫 부분은 정운찬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언급을 한 이건희 회장의 대한 발언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합니다.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공산주의인지 사회주의인지…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회장님의 입에서 나온 언어에 실망을 거둘 수 없었습니다. 그 내용이 ‘동반성장’과 ‘사회책임경영’ 같은 지금 한국 기업의 당면과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실망의 큰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실망은, 요즘 젊은이들은 좀처럼 떠올리지 않는 ‘공산주의’라는 낡은 이념을 꺼내들어 동반성장 노력을 비판하려 했다는 데서 왔습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통해 찾아보았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발언을 한 날 한겨레신문의 기사 내용입니다.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를 정면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 간다”며 이렇게 말했다.
3월 1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67548.html


그런데, 이건희 회장이 이야기했던 발언의 전체일까 궁금했는데, 며칠 지나서 다른 기사가 나왔습니다.

가령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기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이건희 삼성 총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아니면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를 도대체 모르겠다”고 응수했다. 
3월 20일 한겨레, 홍세화 칼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8921.html 


일부 언론사들은 이건희 회장의 발언에서 "자본주의 국가"라는 말을 빼지 않고 전했습니다. 물론 빠진 언론사들도 있습니다. 한겨레와 일부 언론들은 이건희 회장의 "자본주의 국가"라는 말을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받아들인다면, 이회장이 해묵은 체제 논쟁이나 색깔 씌우기를 하려했기보다는, "초과이윤공유제"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는 말 그자체입니다. 반대로 이원재 소장님과 한겨레는 그토록 편집을 교묘히 조작, 누락한다는 "조선"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색깔 씌우기를 시도하여, 이상한 논리를 편 잘못된 글과 기사를 전했습니다.

고의적으로 누락시킨 "자본주의 국가"라는 단어를 빼고 "공산주의"를 부각시켜, 낡은 이념 시대를 살고 있는 이건희 회장은 낡은 시대의 인물이 되었으니, 그만 실망시키고 이제 물러나야 한다는 논지를 펴 나가는 것이 이원재 소장의 가장 큰 실수입니다. 따라서 뒤에 따라오는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별반 영양가 없는 억지 논리들 뿐입니다.

"초과이윤공유제"가 동반성장의 필수요소인가?
우리 사회가 초과이윤공유제는 커녕 동반성장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있는지도 알수 없습니다. "동반성장"이라는 말은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의 대히트 이후에, 여름 휴가에 돌아온 이명박이 화두를 던지고 갸네들 말로는 국가적 어젠다가 되어, 갑자기 "동반성장위원회"라는 것이 만들어져서, 총리에서 쫓겨난 백수를 위해 급조되어, 정운찬이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 사회적 합의까지 이르지도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문제가 된 초과이윤공유제를 시행하려면 문제가 많습니다.
초과이윤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의를 해야합니다. 누가 이 어려운 용어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으며, 매번 기업의 "초과이윤"을 정의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사회 시스템 또는 메카니즘이 동작하려면, 그 메카니즘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비용에 비해서 얻는 이익(편익)이 월등하게 앞서야 합니다. 기업의 초과이윤을 조사하려면, 특정 기업이 속한 산업군의 평균이윤율을 특정(!)해야 하고, 해당 기업의 이윤율을 조사해야 합니다. 전체 기업의 이윤율을 공공이나 정부가 나서서 조사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모든 기업의 회계, 원가, 재무, 인사 자료를 다 속속들이 들여다봐야 가능합니다. 더 부풀려 과장한다면, "동반성장위원회"는 국세청보다 10배 이상 큰 전체기업에 대한 전국가적인 ERP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산업계의 평균이윤율과 개별기업의 "초과이윤율"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과 정운찬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할수 있는 능력도 없으면서, 배보다 배꼽이 큰 메카니즘을 이야기하고 있을뿐입니다.

 
이원재 소장은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지배구조와 비노조 경영이라는 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이 둘도 전혀 논리적이지 않는 글의 전개입니다.

지배구조의 문제에 대해서

첫째는 지배구조 문제입니다. 회장님의 지배권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삼성인이 법정을 오갔습니다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지배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배권을 3세에게 무상 또는 편법으로 상속하기 위해서입니다. "얽히고 설킨 지배구조"가 순환출자를 통한 그룹에 대한 지배권 행사라면, 한국 재벌기업에서 그렇지 않은 곳이 어디에 있습니까? 삼성이 다른 재벌기업에 비해 법정으로 많이 불려간 것은 편법 증여 때문이지, 지배권을 공고히 하려고 하는 일때문이 아닙니다. 

기업의 경영, 지배, 지분에 대해서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지분 0.6%만 가지고도 애플을 지키고 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미국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소유주의 경영보다는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CEO)를 맡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법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CEO가 되려면 법인등기에 대표이사로 등기해야 하는데, 주식을 소유하고 있어야 등기 등록이 가능하죠. 아마도 미국도 그러하리라고 봅니다. 어쨌든,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거나, 많거나 적거나가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겠지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대주주" 또는 "오너"가 CEO로 등기하지 않았다고 "책임경영"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회장이 "책임경영"을 하고 있는데, 이제 또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가요?
이원재 소장님은 이회장과 잡스의 스타일을 "지배"와 "경영"으로 대립시켜 대비하였는데, 두 단어는 서로 같은 범주(도메인)의 말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합니다. 잡스에 대한 여러가지 책들과 자료를 보면 "지배"하는 스타일은 잡스의 전매특허입니다. 매우 독선적이고, 거스릴수 없는 카리스마로 조직을 꽉잡아 "지배"하는 스타일은 "잡스"에 어울리죠. 지배한다고 해서 "경영"을 하지 말라는 법이나 규칙은 없습니다.

"잡스"만 위험을 감수했을까요? 
삼성의 역사를 보면, "반도체", "자동차", "LCD" 등에서 위험을 감수했죠. "자동차"는 쪽박을 찼지만, 이건희 회장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찾아보기 힘들어 보입니다. 투자자들의 입맛을 맞춘다는 부분에서, 이미 삼성전자의 지분이 외국인에게 50% 가까이 넘어가있는데, 입맛을 못 맞춘다면, 곧바로 투매로 이어지겠죠. 이 부분도 사실에 입각하지 않았다고 보이는군요.


노조경영과 비노조경영
이원재 소장님은 삼서의 "비노조 경영"에 대해서 부끄럽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이 부분은 전폭적으로 동감합니다. 노조를 막기 위해서 행했던 수많은 여러가지 사건들을 보면, 드러나지 않은 불법과 탈법이 얼마나 많을지에 대해서 저 또한 치가 떨립니다. 글의  그 나머지 부분은 전혀 동의를 못하겠습니다.

2011년 7월이면 한국 기업에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됩니다. 회사가 나서서 노조를 만들어 유지하는 비노조 경영은 어차피 끝납니다. 
삼성에도 노조가 생길 것입니다.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토론과 타협을 통한 경영에 익숙해져야 할 것입니다.

삼성에 노조가 생기던지 말던지 솔직히 별 관심없습니다. 노조가 생기면 시끄러워지겠죠. 만약 이소장님의 전망대로 된다면 책임지고 결단을 할 수 있는 리더가 없다면, 더 시끄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토론과 타협을 통한 경영은 허상입니다.
경영은 기업이 가진 한정된 자원을 적절한 시점에 분배하고 집중하는 리더의 결단입니다. 노조를 통해서 토론과 타협하는 기업 문화가 만들어질 수는 있겠지만, 경영에 반영할지 안할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서 기업이 민주주의라는 기본 메카니즘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가정하면 비극일 뿐입니다. 기업은 중앙집권화된 구조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배와 집중을 할 수 없어 망가집니다. 


동반성장과 노조라는 주제어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우리 사회에서 동반성장과 복지, 취업문제를 위해서는 "노조"가 결성된 기업의 노동자들이 반대로 "일자리 나누기"를 솔선수범해야 하며, 자신들의 기업에 역제안해야 합니다. 90년대를 끝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조"는 더 이상 "진보"적이지도 "연대"하지도 않습니다. 꼴통우파들이 이야기하는 말처럼 노조는 "철밥통" 지키는 조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조직의 위쪽인 "민주노총"의 간부들의 생각은 그게 아니겠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자, 반대로 물어보겠습니다.
노조가 결성되어 있는, 민노총, 한국노총, 공공기업 노동자 여러분들!

사회적으로 조사되고 검증된 도시 근로자의 평균 급여 367만원을 넘어서는 초과급여를 사회에 공유하실 수 있겠습니까? 또는 평균 급여를 넘어서는 시간의 노동을 중단하고, 그 노동시간을 백수들에게 나누어주어 일자리를 공유하실 수 있겠습니까?


일어나지도 발생하지도 않겠죠. 이게 가능하다면, "초과이윤공유제"도 가능하고 밀어부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자리 문제도 사라지고요.


초과이윤공유제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초과이윤공유제에 대한 진정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원재 소장님은 단언을 하시는데, 뭔가 잘못된 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왜 회장님의 발언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건전한 토론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요? 그것 역시 삼성을 내려놓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댄 채 “초과이익공유제가 공산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물어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회장님의 한 마디를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이유는, 그 총 때문입니다.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그 총 때문입니다. 지혜가 담긴 토론을 원하신다면, 한국사회의 ‘메기’가 되고자 하신다면, 그 총을 먼저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삼성을 내려놓으셔야합니다.


개인적으로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댄 채"라는 표현부터 거슬립니다. "
초과이익공유제"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난생 처음 들어보는 방법론이라고 입증해드렸듯이, 체제의 문제, 총의 문제가 아닙니다.
토론이 되지 않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내려놓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토론이 이루어질려면, 적어도 사실이 명백하거나, 방법론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초과이윤공유제"라는 정운찬의 말 한마디로 얼싸안고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뿐, 아무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이원재소장님은 경제분야의 전문가이시니, 역사에서 그런 제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선진국에서 그런 제도를 시행한 사례가 있었는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소장님이 역사나 제도에 대해서 소개하거나 아니면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를 하고 토론을 요청해야 토론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지금 현재 삼성의 구조에서, 초과이윤공유제와 노조경영에 대해서 결단을 하고 밀어부칠 사람은 "이건희" 회장 한 사람뿐입니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내려놓아서는 안되는 웃지 못할 현실인거죠.  

전체적으로 이원재 소장님의 글은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 토론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못하지, 약오르지 메롱" 하는 비아냥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쩔지 모르겠지만, 글간에서 느껴집니다. 매우 강하게!! 그래서는 절대로 토론은 성사되지 못할 뿐더러, 한겨레에 광고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제 주장은 단순합니다.
저는 이원재 소장님이 실수를 인정하시고, 제대로 된 토론을 요청하는 글을 한겨레에 다시 올려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참으로 실망이 클 것입니다.
실수가 아니라면 제가 제시한 근거들을 반박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잡스와 이건희 회장에 대해 쓴 제 블로그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제가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 천재와 영재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