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oft가 노키아를 인수했다. 핀란드 국부의 약 25%를 차지하던 혁신의 상징이었던 노키아가 사라졌다. 노키아의 쇠락은 제대로 혁신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노키아의 인수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삼성은 어떻게 될까?
The Burning Platform http://www.thefeeherytheory.com/2012/11/27/path-to-fiscal-sanity/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알아보자.
노키아는 핸드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라는 분야의 차이점과 분야에서 업계 1위였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시간 순으로 본다면 노키아는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지 못했고, 삼성전자는 발을 옮겼다는 차이점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충분히 예상했으며, 두 회사 모두 준비했던 스마트폰 시장으로 사업 영역 이전을 노키아는 실패했고, 삼성전자는 성공했다. 이제 스마트폰 다음 사업 영역은 무엇일까가 최대 고민일 것이다.
Galaxy Gear 같은 손목 시계나 Google Glass 같은 안경이 다음 사업 영역이 될 수 있을까? 다음 사업 영역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는 되겠지만 주요한 사업 영역은 안될 거라 본다. 준비하고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뒤쳐지는 애매한 영역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어쨌든 따라가야 한다.
노키아에서 쇠락에서 보았듯이, 삼성전자가 큰 걸음을 한 번 잘못 내딛으면 한 순간에 훅 간다. 노키아와 다르게 한 방에 훅 가는 수준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전은 전화만 되는 특수한 컴퓨터에서 전화도 되는 일반 컴퓨터로 사업 영역이 변경되었다. 어느 정도 스마트폰을 사용 가능한 사람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지 않는다. 대략 2-3년에 한번씩 교체를 해줘야 하지만, 너무 잘 만들어서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특징이 스마트폰의 특징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2006년도 구입해서 만 7년을 쓰고 있지만, 인터넷, 쇼핑, 동영상 등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줄어든 스마트폰 신규 시장과 10-20% 정도 발생하는 업그레이드 시장, 따라 붙었던 패드 시장 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나 노키아는 다르게 스마트폰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 조립하는 수직 계열화가 특징이다. 진입하는 시장이 활성화 상태일 때는 고도의 효율을 통해서 추가 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시장이 가라앉거나 다른 시장으로 이전할 때는 아킬레스 건이 되는 구조다.
IT 기기의 특징이 경박단소(輕薄短小)라서 많이들 착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성전자 같은 IT 업체는 거대한 장치산업이다. 철강, 조선소, 자동차, 화학 산업처럼 거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장치산업이다. 다른 장치 산업들은 다른 업계의 원료를 제공하는 2차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하드웨어를 만드는 장치 산업은 이상하게 3차 산업으로 분류되어 첨단, 소형 같은 느낌이 작용하는데, 이를 벗어놔 봐야 한다.
IT 산업의 특징은 자본과 지식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생산물이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 경향과는 다르게 조립,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우두머리 업체는 자본을 더욱 더 추가해야 하는 경향도 있다. 반도체, LCD, LED 공장을 만들 때 수십조 원을 투자해야 하는 것을 보면 IT 산업, 특히 하드웨어 업체의 부담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첨단부품으로 만드는 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눈에 보이는 자본뿐 아니라, 사회가 성취하고 효율을 극대화시킨 지식이라는 자본도 필요하다. 팀 하포드가 쓴 '어댑트'라는 책을 보면 간단하게 보이는 '토스트'가 무려 400여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지고, 밑바닥에서부터 만든다면 평생이 걸리라고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복잡하다. 토스터보다 훨씬 단순한 물건들을 만드는 데도 전 세계적인 공급망과 전 세계에 흩어진 개인들의 협력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잣니의 그런 노력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결집되는지조차 모른다."
어댑트, 15쪽
스마트폰의 빠른 변경 주기는 삼성전자 같은 수직 계열화 업체에게 엄청난 독이다. 이전의 반도체, CPU, LCD, LED 같은 경우에는 적어도 4~5년, 길면 10년 정도를 내다보고 공장을 지었다. 4~5년 정도면 투자한 만큼 뽑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투자한 라인이 짧게는 6개월 길어야 2년 이내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사업의 성격이 변해버렸다. 삼성전자는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수직계열화했지만, 그 부품에 필요한 부품의 부품과 부품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조립 라인과 검사 등은 협력업체와 작업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하나를 만드는 과정은 위에서 인용한 토스트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을 거치며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복잡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현재 맞닺뜨리고 있는 갤럭시의 혁신과 갤럭시를 뛰어 넘는 다음 작품에서 삼성전자 혼자만의 역량으로 나오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혁신이 지속되고 있지만, 자본을 엄청나게 투자해야 하고 빨리 이윤을 뽑아야만 하는 구조가 삼성 갤럭시 핸드폰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본다. 혁신은 기존의 상품을 더욱 저렴하게 내놓는 효율에서 혁신과 기존의 상품보다 더 좋은 상품을 내놓는 개선에서 혁신으로 2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2012년 9월 애플은 저가형 아이폰을 함께 내놓으며 혁신의 두 가지 형태를 다 이루려고 했지만, 반응은 반대다. 사람들은 이제 좀 더 쌈빡한, 예상하지 못한 어떤 특이함을 원하고 있고, 그 수준을 이루었을 때만 혁신이라고 보는데, 애플은 그만한 비전이 없기 때문에 파괴적인 혁신을 못하고 있다. 애플만이 아리라 현재 IT 하드웨어 업계 모두가 그러한 비전이 없으며, 어딘가에서 그 비전을 열심히 찾고 있을 것이다.
새롭고 쌈박하고 특이한 상품을 내놓을 수 없으니, 계속해서 통신업체와 손을 잡고 통신 방식으로 스마트폰 교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3G -> LTE -> LTE-A 으로 가면서 본질적인 내용은 없는 형식적인 속도의 변화를 가져다 붙여 교체를 부추기면서 1~2년 내에 투자한 현재의 자신들의 생산 라인에서 전선을 사수하고 있는 셈이다. 통신업체들은 통신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담보로 하는 금융업으로 본질적인 전환을 하고 있다. 통신업체들은 지속적으로 담보를 지속하거나 더 가치있는 담보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고, 하드웨어 업체들이 담보를 제공한다. 약정이라는 형태를 통해 사용자를 붙잡는 통신업체와 이와 결합한 하드웨어 업체들이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100달러 노트북에서 보았듯이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원 정도할 이유가 없고, 누군가는 가격 혁신을 시장에 들여올 상황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가 바로 약정을 통해 수익을 나눠가는 금융업으로 본질이 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살아남으려면 금융이 아닌 기술과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재무나 매출이나 관점에서 굳건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어려운 상황에 돌입했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촉발시킨 스마트폰 혁명처럼 새로운 시장을 열지 않으면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출은 1/3 정도로 감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해 대비하고 있는 보험인 타이젠(Tizen)이 완성된다고 해도 그 또한 스마트폰 운영체계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타이젠에 새로운 쌈박함이 있다면 물론 1~2년 정도의 한 주기를 넘어서는 정도는 되겠지만 10년을 바라보지는 못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수많은 역경과 고난들을 뚫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그 적응과 발전을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무너지면 삼성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기에 관심을 둔다.
이건희 회장은 '신의 한수'를 둘 수 있을까?
2011년 노키아 CEO 스테판 엘롭이 직원들에게 보낸 "우리는 불타는 플랫폼 위에 서 있다"는 편지가 있는데, 참고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시리라 봅니다.
2013-10-03: 매일경제에 관련 기사가 나왔네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만들어 낸 국내 경기 착시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모바일 코리아'를 떠받치던 휴대폰(스마트폰 포함)마저 내수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ICT 시장 전체가 본격적으로 얼어붙는 게 아니냐는 염려까지 나오고 있다.
ICT 산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서 경제 성장과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2012년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IT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9.5%였으나 계속 증가해 2011년에는 11.8%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중 휴대폰이 차지하는 영업이익은 75%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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