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뜨거운 감자

BBK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후 전망

사용자 삽입 이미지


0. 들어가는 이야기
12월 5일에 발표하기로 한 검찰의 BBK 수사결과를 앞두고 이래 저래 시끄럽다. 이미 주가에서는 풍문인지 어쩐지 이명박주가 상한가이고 이회창주가 빠지고 있다고 한다. 몇 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놓고 보면 모든 해석이 가능한 지경이다. 세력들이 치고 빠지려는 가능성이 커 보인다.

솔직히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진실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면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고,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이 후보 경선도 아니고 본선까지 나오고 지지율 1위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라고 하면서 지지하는 사회 체계와 관리 시스템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BBK 사건의 진실은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 그리섬 반장과 그 팀원들이 오면 1시간이내에 결론 난다. 그리섬 반장이 보여주는 방식과 증거위주 수사와 결론, 이게 바로 진정한 진실이다.

1. 가능한 시나리오 검토
아무래도 검찰은 어떻게 발표를 하더라도 진퇴양난에 빠질 듯 하고, 어쨌든 사회가 시끄러워지고 대선은 파행이 예상된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1. 김경준 사기 확정, 2. 이명박 사기 확정-기소, 3. 어정쩡 계속 수사 인데, 이 모두 검찰은 스스로에게 붙여진 자랑스런 별명인 "떡찰"을 길이길이 간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럼 하나씩 시나리오와 미칠 파장을 살펴보자.

첫째. 김경준 사기 확정-단독기소
지금 분위기로는 이명박을 제외한 다른 후보와 그 지지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벌써 촛불 집행와 유세 중단설이 나돌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 3개의 링크는 관련 기사다. 내용은 알아서들 눌러서 보시길.
시사인이 보도한 김경준 메모 - 이명박 이름 빼주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
반 한나라당 대선후보들 유세중단 사태 임박 
'시사IN' 보도에 분노한 시민들, 검찰청사 앞 촛불집회 현장

이런 기사와 흐름을 봤을 때 평탄하게 받아들이고 넘어가기는 힘들 듯 싶다.

둘째. 이명박 사기 확정-기소
지지율 부동의 1위의 야당 후보가 기소된다면 당연히 나올 소리인 "야당 탄압"과 "공작 정치"를 들고 한나라가 일어설 것이다. 또한 1위 지지자들의 농성이 심화될 것이다. 물론 반 한나라당 후보들은 각기 다른 생각을 할 것이며, 아마도 박근혜는 이회창으로 갈 가능성이 커보이고, 막차로 합류한 정몽준은 머피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다.


세째. 어정쩡 계속 수사
어정쩡한 결과를 내놓고 더 수사를 해야한다거나, 기소유예 정도에 해당하는 판결을 내놓으면 검찰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 명확한 판단을 해 줄 것이라 믿었던 검찰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내놓으면 어느 한쪽도 만족시킬 수 없으니, 모두에게서 버림받는 결과가 될 것이고, 선거판은 개판이 될 것이고 그 이후에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이 점은 내 한계인 듯 하다) 어쨌든 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어쨌든 희박하다.


2. 검찰이 당면한 과제와 필연적인 선택
위 3가지 시나리오를 보면 검찰은 결과를 발표하고, 어쨌든 누군가로부터 시달려야 하고, 불명예로 보이는 비난과 수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검찰 뿐 아니라 대한민국 17대 대선은 평탄하게 갈만한 상황이 안된다. 그렇다면 검찰이 선택해야 하는지가 분명하다. 첫째, 진실 그 자체에 목숨을 걸어야 하며, 둘째, 진실에 목숨을 걸었다면 정치적인 이해득실, 자리보전 이런 것을 절대 고려해서는 안된다. 어차피 이 문제는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며, 혹시나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조갑제의 표현처럼 탄핵 대상이 되거나(조갑제닷컴 :
닉슨과 李明博, 워터게이트와 BBK 의혹을 안은 채 당선된 다음이 진짜 문제이다), 임기 후에 특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검사들은 옷 벗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 뿐더러, 전관예우 받으면서 몇십억 금방 벌지 않나? 그런데 두려워 할 것이 무엇인가? 나 같은 사람들이야 지금 있는 곳에서 쫓겨나면 당장 쌀 걱정해야 하지만, 검사들은 2중으로 신분을 보장받고 있는데, 무엇을 계산하는지 참 알수 없다.

3. 낡은 시대의 관행과 비리를 끊어내고 깨끗한 사회를
검찰의 BBK 수사 결과에 대해서 시뮬레이션 해보면 암울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역사에 우연적인 요소가 대한민국에 긍정적인 힘과 판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이명박 개인의 입장에서는 다 들어간 청와대라 원통해하겠지만, 아무래도 이 우연적이고 드라마틱한 인물의 등장, 부상, 퇴장을 통해서 낡은 시대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받아들여졌던 부패와 관습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야 한다. 앞선 블로그 글인
2007년 대선 인물 평 에서 이번 대선에 참가하는 주요한 후보들이 "구래를 표방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2007년 대선에는 새로움을 표방하는 인물이 없다"라고 주장했었다. 이들이 계속적으로 등장할 수 있고, 등장한 인물들을 쳐 내지 못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고,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거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그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앞으로 꽤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주식은 매도옵션을 사고, 금이나 유로화를 사재기해야 좋을지도) 아마도 노무현이 겪었던 탄핵과 비슷한 사상초유의 헌정중단 사태까지가는 대선보이콧과 대국민 저항운동이나 항쟁도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두렵지 않다.
당연히 언제가는 겪어야 할 일이라면 기회가 있을 때 야무지게 치뤄야 한다. 국제신인도와 신뢰지수는 이 사건을 잘 정리하면 부쩍 올라갈 것이고, 우리 사회가 한결 깨끗해질 것이라 믿는다.

만약 촛불집회로 부터 시작해서 후보들의 보이콧이 이어진다면, 이번 대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이 차기 대선에 나오지 않겠다는 폭탄 선언을 해야지 제대로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지 이해득실 관계를 따지고 다 재는 놈들이라는 소리에 묻힐 것이고 소기의 과제도 달성하지 못 할 것이다.
어느 후보가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부을 것인가?


4.1 아 헤겔!!
헤겔이 말했다는 이 명제는 아무리 봐도 정말 진리인 듯 하다. 항상 길을 알려준다.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며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 (Was vernünftig ist, das ist wirklich, und was wirklich ist, das ist vernünftig)

4.2 이후에 쓸 글들
이후에 시간이 되면 대선과 관련한 3가지 글을 써볼까 한다.
첫째, 왜 자꾸 멀쩡한 경제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는지와 둘째, 기호0번 노무현을 찍겠다는 부류들에 대한 분석, 세번째는 첫번째와 연결되는 것인데 87년 체제에 대해서 일종의 수고를 써 볼까 한다. 뭐 시간이 좀 되고, 정리가 되면 금방 나오겠지만, 어쨌든 대선 투표일 전에는 써야겠다.

4.3 바보스런 전략과 자진출두
이미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어 별 가치 없는 이야기지만, 만약에, 내가 이명박이었다면 1,2번 모든 시나리오에서 무조건 검찰에 자진 출두를 했을 것이다. 첫째 실제 혐의가 없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고, 둘째 혐의가 사실이라면 검찰에 들어가서 구치소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한 마디하면 무조건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이 승리한다" 이 한 마디하고 옥중 출마하면 된다. 그런데 이명박은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혐의가 있는데 소심한 대응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말 많은 대응을 하고 시끄러워진 것이다. 이명박 주변에는 돌들만 있나 보다. 그 정도 전략 판단을 못하니 말이다. 아마도 청와대 이후에 돌아와 권력에 눈이 멀어서 방어에 급급하지 않았나 싶다. 자진해서 검찰에 들어가고, 필요한 만큼 수사받겠다고 하고, 필요하다면 기소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자세와 철학이 아닌가? 이번 삼성 특검을 촉발한 김용철 변호사를 보라. 검찰에 들어가서 더 조사받겠다고, 구속 기소하라고 반대로 압박하지 않는가? 결과가 무엇이던가? 검찰이 김변호사를 내보내지 않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자진출두하지 않았을까? 혹시 뽀대가 나지 않는다고 무시한 것일까? 이제 옥중출마를 염두에 둬도 늦었다. 너무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4.4 왜 쓴 글인가
발표 이후에 쓰면 거기에 맞춘 듯 해서, 그 전에 쓰려고 맘 먹었다. 그리고 좀 깨끗한 사회에서 살아보자는 바람이 있다. 다 쓰고 보니 거의 일요신문 스타일이 되어 버렸다. 흑.. 이건 아니었는데..

4.5 비난하실 분들께
비난하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잠이 안와서 쓴 글인데, 뭐 욕좀 먹으면 어떻습니까? 바라는 것은 한 가지, 부패와 낡은 관행, 이번 기회에 좀 고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