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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노무현과 히딩크, 참여정부와 축구국가대표팀

0. 위기와 평가
한국 축구가 위기라고 한다. 공정한 계산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긴 하지만, 피파 랭킹도 2002년 월드컵 이후 20위대에서 현재 40위대까지 떨어졌다. 베어벡 감독이 저조한 성적때문에 책임지고 물러나고,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바뀌었다. 히딩크식 축구는 어디 갔는가 하는 기사도 나온다. 과연 한국 축구는 위기인가? 아니면 감독만 잘 뽑으면 다시 선진 축구로 갈 수 있는가? 우리는 한국 축구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참여정부에 대해서 평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평가를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한다고 한다. 공정한 평가는 둘째치고, 아직 다 끝나지도 않은 정부를 임기내에 스스로가 평가하겠다는 것이 합리적인 일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평가하겠다는 사람들은 참여정부가 이뤄놓은 성과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주장한다. 그 성과들은 주로 경제와 정부내 시스템 프로세스 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경제는 수출과 주가지수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정부내 시스템 프로세스는 무슨 개혁을 위한 회의나 워크샾을 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한다.  (이 부분은 이후에 보충하자)

1. 한국형 축구, 히딩크식 축구
세계적으로 한국 축구가 4강에 든 것은 멕시코 청소년 축구때가 처음이다. 그리고 2002년에 히딩크호가 4강에 올랐다. 이 두 성적은 우리나라 축구가 국위선양(!)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한국 축구 발전의 동력과 시스템의 공통점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다름 아닌 강력한 지도력과 합숙이다.

나는 한국에서 히딩크식 축구가 결코 선진적이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베어백이나 아드보카드호가 70-80%의 성적을 내거나 성취를 해야 하는데, 불과 4년만에 한국 축구가 바레인하고 웃기는 경기를 할 정도로 추락할 수 없어야 한다. 한국에서 히딩크식 축구는 다름 아닌 합숙 축구였다. (여기서 히딩크가 한국 축구계에서 관계를 어떻게 얼마나 잘 풀었는지는 다루지 않기로 하자.)  많은 사람들이 히딩크의 성적과 그의 지도력을 연관시키는데, 그것과 한국 축구와는 완전 별개의 문제였다. 한국의 다른 스포츠들도 마찬가지지만 유년시절부터 대학까지 주욱 이어지는 합숙 훈련이 성과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모두가 다 합숙하기 때문에 훈련의 강도와 특출한 선수가 주요한 승리의 요인이 되고, 고등학교, 대학교들은 유명한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위해 엄청난 조건들을 제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선수층이 얇다는 이야기 있는 것이다.

최근에 국가대표 경기를 보면, 급조된 팀, 손발도 안 맞는 팀, 패스나 드리볼같은 기본적인 기술도 안되는 팀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합숙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월드컵 개최지의 특권으로 예선전을 치루지도 않고,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년 넘게 합숙 훈련을 했다. 이 정도 합숙 훈련을 하는데 비법이 안 생길리 만무한다. 다른 선진 축구팀들은 시즌이 끝나고 휴식을 취하다가 소집되어 길어야 보름정도 손발을 맞추는 팀이다. 1년 넘게 합숙을 한 팀과 보름 정도 손발을 맞춰서 경기하는데, 보통의 조건이라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 난 반대로 외국 팀들이 왜 강팀인지가 생각해본다. 대충 앞으로 찌르는 패스인 거 같지만 그곳에는 공을 받을 사람이 있고, 체력을 막 보충하던 시점에서 전후반 90분을 뛸 수 있고, 감독이 원하는 전술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 팀이다. 그들은 경기를 하면 할 수록 그 조직력과 실력이 강해진다. 반면 2002년도에 보지 않았던가. 몸을 내 던지고 붕대 투혼을.. (최근 맨유의 내한경기는 그들과 우리의 수준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려준다. 괴물같은 놈들과 뛰는 박지성!!)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히딩크는 한국 축구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고, 이후에는 개최국 이점이나 전폭적인 축구협회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그래서 장기적인 합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실리와 명분을 챙겨서 떠난 것이다. 아무리 더 좋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아마 명예가 실추되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면 2배 이상만 되면 명예를 버리겠다...)

2. 참여정부와 제왕적 대통령, 법에 의한 지배
대한민국은 헌법으로부터 시작한다. 또한 법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나라다. 참여정부가 성과가 있었고, 향후에도 그 성과를 바탕으로 발전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면, 올해 대선에서 누가 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 발전과 성장을 지속하려면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대통령제 국가제도에서는 대통령의 지도력과 법의 통치가 적절하게 조화되고 서로 보장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대선으로 바뀌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은  차기 정부에서도 보장될만한 법적인 안정성은 확보되었는가로 집중된다.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헌법을 고치는 만큼 어려운 대책이 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우리나라 어떤 법도 헌법을 고치는 만큼 어렵지 않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부동산 대책이 단지 리더십에 의한 대책일 가능성이 크고, 법으로 공고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돌아보면, 참여정부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들이 많다고 한다. 뉴스를 봐도 매일 같이 치고 박고 싸우고 비난하는 장면이나 기사가 많았지, 법안을 처리했다고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않는다. 애써 만들어 놓은 사학법을 누더기로 만들기 위해서 신경전을 벌인 것은 잘 기헉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법률이 통과된게 총 103개인데, 날짜가 7월 2일, 3일이다. 대단한 능력이다. 단 2일만에 103개의 법안을 땅! 땅! 땅! 쳐서 처리하다니. 대한민국의 법이 무슨 시험 문제도 아니고.

청와대 자료에 참여정부 입법추진의 특징과 성과보고서(http://www.cwd.go.kr/cwd/kr/archive/archive_view_popup.php?meta_id=policy_news&id=31561b8de6a8d5f32f9364b7)를 참조해보라. 문서는 http://www.president.go.kr/share/brief/images/2007/report413.pdf 이다.



3. 노무현과 히딩크
히딩크를 강력한 지도아래 합숙훈련으로 한국축구의 성적을 올린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으로 한국 사회를 바꿔왔다. 문제는 강력한 지도아래 변화나 성장을 했다면, 문제는 성장의 과실을 따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체계를 만들었는가이다.

한국 축구가 어려운 것은 한국 축구의 성적과 향후 지속해야 하는 한국 축구의 발전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가 이기고 질 때마다 이런 저런 대책이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유소년 축구를 기본으로 하고  철저하게 합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