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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대선후보와 친노 몰락, 발전하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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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8 13:00 처음 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정동영이 최종 낙첨된 뒤로 서프라이즈를 비롯한 친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이 안된다면 이민을 하겠다는 사람들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추천한 자신의 후보가 되지 않으면, 과감하게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이 반복되는 것으로 미루어 그들은 이민이나 선택을 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재력과 능력을 갖추었을 것이라 미뤄 짐작할 수 있으며, 그래서 최소한 하나의 경제적, 계층적 이해를 반영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자신이 선택하고 노력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현재 서프라이즈를 비롯한 친노 사람들이 겪는 상황은 역사 평가에 대한 조급증과 선거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몰이해,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이 아직은 역사적 우연임에도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노무현 정권이 잘하지 못했다는 평가에도 지난 2002년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후보단일화를 하면 승리하리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선거라는 대의제를 선택하는 정치 또는 민주주의는 사회의 안정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선거에 후보로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검증을 거치고 다수의 추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사회를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정치행위를 하거나 폭거를 할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선거를 통해서 혁명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사회에서 더욱 불가하다.

솔직히 노무현이란 인물이 얼마나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못한 것은 느낀다. 물론 전두환, 노태우보다는 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절대적인 평가를 하면 누가 살아남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은, 항상 핑계를 댄다. 조중동과 수구보수 세력이 얼마나 집요하게 반대와 음해를 했느냐고!! 노무현 정권이 혁명을 할 거라고 기대한 사람들은 불만이겠지만, 그 누구도 혁명을 할 것이라고 생각 안 했다. 기대한 것은 개혁이다. 혁명보다 개혁이 어렵다고 한다. 아무튼, 그 정도 집요한 반대를 이겨내고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나? 그런데 항상 조중동 핑계를 댄다면, 속담이 맞는 것이다.

적어도 2007년 이전까지 친노가 별 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던 것은 어쨌든 그 구심점에 힘 있는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노와 그 논객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이야기가 정책과 실제 정치에 반영된다는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면 그들은 항상 노무현이 옳아서 그들의 이야기와 다른 정책이 나온다면 인간 노무현을 이해하면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는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고, 권력 이동이 발생하는 시점에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이제 노무현도 현실 정치에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뭐 고건이 낙마한 것은 아직 후보 예정자들이 죽을 각오가 없기 때문이다. 대선은 죽고 사는 대첩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힘을 쓸 공간이 있을까? 그래서 아무리 친노가 떠들어도 세상은 다르게 돌아간다.

세상이 왜 다르게 돌아가냐고? 그 근거는 뭐냐고? 친노가 아무리 친노 후보 이해찬을 위해서 총동원령을 내려도, pon2u에 가입을 권유해도 안되지 않았나? 그렇게 자신이 있고 공정할 것이라는 모바일 투표에서 나온 꼴등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보면 친노가 어디까지 왔는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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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노무현 당선은 아무리 봐도 아직은 우연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적 실험, 광주의 선택이라 불리는 대반전의 시작, 자발적인 선거운동원들,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후보 단일화와 충격적인 파행, 상대 후보의 단단함과 승부를 가른 표차 등에서 볼 때 이것이 필연적인 역사적 결과라 보기 어렵다. 적어도 이게 필연이 되려면 20-30년 정도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친노는 이를 필연이기 때문에 또 다른 필연을 강제하려고 한다. 불확정성의 원리처럼 미래의 필연은 확정하기 어렵다. 시스템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그 운동이 변화하는데, 거기에 관찰뿐 아니라 힘까지 주겠다고 하니 말이다. 전자가 운동하고 있다는 확고부동한 사실처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흘러온 시간을 두고 필연을 이야기할 수 있다.
친노 세력들은 역사적으로 민주화와 개혁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노무현 정치적 철학이 민주화와 개혁이기 때문에 옳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언론 하나 개혁하지 못하는 실행력이어도 옳으면 되는 건가? 그렇다면, 난 노무현보다 옳은 정치적 철학을 100개는 내 놓을 수 있다. 낮은 수준의 정치 철학이라도 실행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볼 때 현재 서프라이즈를 비롯한 친노 세력은 공황상태가 아닐까 싶다. 후보로 당선된 정동영은 싫고, 게다가 후보 단일화로 언급되는 민주당에서는 이인제가 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문국현은 어쩐지 싫고, 그렇다고 이렇게 주저앉으면 꼴도 보기 싫은 이명박이 될 거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을 탈당하는 사람, 문국현을 조심스럽게 떠올리는 사람, 잠시 정치판을 접겠다는 사람, 새로운 정치 조직을 이야기하는 사람, 2008년 총선을 준비하자는 사람 등등 그 구심점도 없고 각양각색이다.
친노의 허약한 정치적 토양과 철학 때문에 생긴 문제다. 날아가는 화살도 상하좌우로 진동하면서 흔들리면 전진한다. 역사도 굴곡을 겪으면서 앞으로 날아간다. 단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사람은 도태된다.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생했어도 우리 사회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고 사회 시스템이 무리가 없이 돌아간다는 것을 보면 20년 전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성숙했다고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