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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문화

나는 가수다의 비극, 녹화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하게 되어서, 꼭 생방을 보려고 노력중이다. "나느 가수다"는 "일요일 좋다"와 시간이 겹쳐 볼 수 없다. 집사람과 강호동을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그 시간의 채널은 뺏기고 만다.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눈과 귀는 있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워들어 한 마디 쓰려 한다.


"나는 가수다"는 시작부터 될성싶은 나무였다. 최고의 가수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경쟁을 하며 살아남는다는 개념은 성공을 보장했다. 가수들을 섭외해서 출연시키는 것이 문제지, 프로그램이 시작하면 무조건 성공이다. 최고의 가수라는 기준이 모호한데, 최고의 가수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 프로그램의 성격이 한명이 무조건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모두다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얼치기 가수도 열심히 "한 곡"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해 올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의 비극은 "녹화방송"에 있다. 감동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으로서 일밤과 김영희 PD는 10년을 넘게 지속한 방식인 "녹화방송"을 선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중에 "TOP 10"으로 가서 녹화방송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모두 생방을 하고 즉석으로 결과를 공개하고, 생생한 결과를 보여준다. 아마도 일밤은 결과 발표 이후에 벌어지는 "막후"의 감동을 더 편집해서 내보내려는 "나쁜 의도"를 가졌을지 모르겠다.

어쩌다 본 프로그램에서 500인의 투표단이 투표하고 썰물처럼 빠지고, 아무도 없는 관객석을 보면서, 저게 뭘까 하는 느낌을 가졌다. 투표를 하고 투표의 결과를 볼 수 없는 기획이라. 왜 투표한 사람들이 그 결과가 주는 감동과 좌절을 못 느끼게 하는지, 정말 답답함 그 자체다. 투표의 결과가 공개되면 녹화방송이어서 결과가 "스포일러"로 떠돌아 시청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을 해서, 비밀유지에 신경을 썼을 것이다. 대중의 관심이 포털의 검색순위에 올라온 "*** 탈락"에만 관심을 갖고 끝날 것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반대로 대중은 왜 탈락했는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서 얼만큼 떨어졌는지 관심을 가졌으리라, 그래서 일밤을 시청했으리라 추측해본다.

김영희 PD와 일밤은 오랜동안 황금률로 지켜오던 편집가능한 "녹화방송"을 안전판으로 생각하고 어울리지 않는 오디션프로그램에 적용한 죄밖에 없으리라. TV 특성상 1주일에 한번씩 오디션을 해야하는데, 가수들의 스케쥴과 편집의 여유상 2주일에 한회씩 진행하는 안일함을 택했으리라.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한번 모여서 2주치 분량을 찍어 두분에 나눠 편집 방송하는 예능 고유의 익숙함과 편리함을 역시 선택했으리라. 

"나는 가수다"가 다시 시작한다면 궤도에 올라가려면 세 가지를 바꾸어야 한다.

생방송과 즉시 결과를 공개하는 열린 구조로 가야한다.
ARS 또는 문자 투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매주 도전하는 주 1회 경쟁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덧붙여서 "나는 가수다"의 탈락자 선정 방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7등"이 떨어지는 방식에 대해서 "1등"이 떠나서 기회를 주는 방식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 찬성했으나, 별로다. 모두가 열심히 한다는 보장이 없다.
잘한사람을 투표해서 순위를 주는 방식인데, 이를 반대로 못한 사람을 투표해서 떨어뜨리는 방식도 고민해봐야 한다. 절대적으로 못한 사람이 있는데, 내가 선호하는 좋아하는 사람을 투표하다 보니, 살아남을 가능성이 다분히 있을 수 있다. 내가 잘했다는 사람이 아니라, "저 가수는 떨어져야 한다"로 투표하면, 떨어질 사람을 공정하게 고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잘한 사람" + "못한 사람"을 적절한 비율로 선택해서 점수화하면 다른 재미도 있을 것이다. 특정 팬들의 몰표 공격에 대해서도 방어 가능한 방법론이 될 것이다.

시대는 바뀌어 예능이 감동과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준다고 하는데, 이제 "공정함"까지 요구 받는다. 김영희 PD와 일밤은 낡은 성공이 공식에서 벗어나, 스스로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 모습을 그대로 대중에게 보여주는 "용기"까지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