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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문화

나 가거든, 나는 가수다의 박정현과 위탄 김정인

박정현이 위탄2 멘토로 나서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는 글입니다.
갑자기 늘어난 방문자때문에 찾아보니, 찾아오신 분들께 불편을 드리는 것 같아 알려드립니다. 검색엔진이 이상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주 처음으로 '나는 가수다'를 TV로 봤다. 박정현의 "나 가거든"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봤다. 순위발표는 못봤는데, 박정현이 1등을 한 기사를 인터넷으로 확인했다. 나는 박정현의 "나 가거든"은 1등일 수 없으며, 실패작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현은 노래는 잘했는지 모르지만, 편곡과 무대에서 보여준 공연은 참담한 실패작이라고 생각한다.


'나 가거든'은 아마 드라마 '명성황후'에 수록된 조수미의 노래이다. 명성황후는 사실 민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민비와 '명성황후'라는 평가가 교차한다. 공식적인 명칭은 명성황후가 맞겠지만, 명칭 자체가 주는 역사적 비극과 명성의 화려함이 혼란을 준다..

황후는 황제의 부인이다. 명성황후는 쓰러져가는 조선의 "고종황제"의 부인이다. 다 쓰러져 가는, 일본, 청나라, 러시아 등의 열강에 의해 흔들리는 나라 조선이 어떻게 황국이 될 것인가? 망국을 앞둔 조선에서 고종이 진짜 황제일 수 있을까? 민비는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권력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했다고 한다. 결국에 "여우사냥"이라는 작전으로 일본의 낭인들에 의해 시해당한다.

"나 가거든"의 가사를 살펴보자.
쓸쓸한 달빛 아래
내 그림자 하나 생기거든
그땐 말해볼까요 이 마음 들어나 주라고
문득 새벽을 알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숨 쉬듯 물어볼까요 난 왜 살고 있는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 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흩어진 노을처럼 내 아픈 기억도 바래지면
그땐 웃어질까요 이 마음 그리운 옛일로
저기 홀로선 별 하나 나의 외로움을 아는건지
차마 날 두고는 떠나지 못해 밤새 그 자리에만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 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내 슬픔까지도 사랑하길

이 삶이 다 하고 나야 알텐데

부디 먼 훗날

나 가고 슬퍼하는 이
나 슬픔속에도 행복했다 믿게해

시처럼 흐르는 가사는 망국의 역사에서, 한 사람, 한 여인의 아픔을 전하려고 한다. 조수미가 부른 원곡도 그런 느낌을 살리고 있다. youtube에 있는 조수미가 부르는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실.


나(명성황후) 가거든의 묘미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가겠지만, 가긴 싫지만, 이런 슬픔을 이겨내고 살아야 하지만, 부디 훗날에 슬픔속에도 행복했다를 기억해주길, 사실은 행복하지 않다"는 절제와 역설을 노래하는 것이다. 조수미는 최대한 성량을 낮추지만 고음은 가늘고 갸날프게, 애절함과 함께 속삭이는 듯한 창법을 구사한다. 듣는 사람들이 "조수미"가 아니라, 역사적 인물이자 불행했던 여인인 "명성황후"의 아픔에 대해서 감정이입을 하게끔 만들어준다.

이번에 1등을 한 박정현에게서 그런 느낌은 나지 않았다. 강렬한 편곡때문일까? 아쟁을 도입하여 간절함과 애절함은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중반부를 지나면서 억제하지 못한 손동작과 얼굴표정. 박정현의 강점인 폭발적인 성량이 폭풍처럼 쏟아진다. 박정현의 뛰어난 장점이 공연을 망쳤다고 보여진다. 박정현이 두드러지게 보였지만, 전혀 "나 가거든"이 전달하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공연 그 자체로 전달받은 느낌은 "명성황후"는 강한 사람이며, 기필코 꿋꿋이 이 상황을 이겨냈다는 다짐을 듣는 기분이다. 참담한 실패이다.

위탄에서 김정인 어린이가 부른 "나 가거든"이 youtube에 있어 링크를 걸어둔다. 내가 김정인의 왕팬이기는 하지만, 언제 들어도 제대로 노래에 대해서 소화하고 있다. 가슴속을 천천히 헤집고 다니는 날카로운 칼날이 들어있는 느낌. 10초만 들어도 눈물이 날 정도다. 소름이 돋는다. 지금도 또 듣고 있다. 최고라는 말 빼고는 할 말이 없다.

나는 가수다에 처음에는 관심을 가졌으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BC의 똘아이 짓 때문에 보지 않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기본 설계(Design) 자체가 엉터리다. 공연에 참가하는 가수들이 무리한 편곡으로 내지르고, 강렬함으로 승부하려한다. 생방송도 못하는 역량이라면 오디션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노래에 대한 해석, 모두가 주관적이다. 제대로는 아니어도 원곡을 정반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그런 해석과 공연이 1등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문제가 많다.

다시 말해두지만 '나 가거든'의 박정현은 노래는 참 잘했다. 그러나 참담한 실패이다. 이게 내 생각이다.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