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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

[2011-08-18] 배추 모종 준비

8월 18일 19시에 모종 3,000 개 작업을 마쳤습니다.
참석하신 분: 밭주인, 재혁군, 나
모종: 27판*105 = 2,835 개
어둠 속에서 애쓰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오후 6시 땡과 함께 열나게 사무실을 뛰쳐 나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7시에 모여서 가을 김장 배추 모종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늦추면 안될 것 같아, 무리를 해서라도 오늘은 기필코 모종을 마치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씨앗이 하루 늦게 오는 바람에 작업이 하루 늦었습니다. 주문한 곳에 전화를 해보니, 배추 씨앗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네요. 모종판 파는 곳에서는 판이 3개 모자라다고, 요즘 구하기가 어렵다고 상추씨앗을 넣어주더군요. 메뚜기도 한 철인가 봅니다.

힘차게 밟고 밟아서 정확히 3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학생처럼 가방을 던지고, 모종판과 씨앗을 들고 처가집 마당으로 갑니다. 처가집은 오래된 연립이라 마당이 꽤 넓습니다. 모종을 만드는 것보다 햇볕을 제대로 받으며 키우는 일이 중요해서, 처가집으로 결정한거죠. 도착하니 창용형이 와 계시더군요. 

곧바로 택배를 풀어서 준비에 들어갑니다. 상토 흙을 8L 하나만 준비했는데, 판 2개 정도 만들어집니다. 이러다가 안되겠다 싶어 시장 꽃집에 가서 8L짜리로 12개를 구입했습니다. 꽤 무겁더군요. 그런데 가격이 인터넷보다 절반이나 싸서 좋아라 했는데, 뜯어보니 품질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런.. 어쩔수 없이 계속 작업하는 수밖에.

어둠속에서 씨앗을 하나 하나 넣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먼저 판을 다 하고 나서, 씨앗은 불이 들어오는 현관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작업하는 사이 사이 많은 주민들이 물어보고 갑니다. 처가의 아버님께서는 신기하신지 열심히 하라고 께끼도 주시고, 뭐하는 것인지 물어보시면서, 응원해 주십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물어봅니다.
"뭐하는 것이냐?"
"참 신기한 사람들일쎄."
"재주도 좋네."
"올해 배추가 안 좋을 거라는데.."
"나도 모종좀 다오~~"

빼도 박도 못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떠벌리려고 한 게 아닌데, 동네방네 광고까지 해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배추를 잘 키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기필코 잘 키워야 합니다. 꼬옥

7시에 온다던 재혁군이 뒤늦게 도착했습니다. 입에서 술 냄새가 납니다. 가라고 할 수도 없고, 왜 왔냐고 타박도 못합니다. 너무 진도가 안 나간데다가, 어쨌든 일을 하러 왔지 않습니까. 현관에서 씨앗 넣기를 맡겼습니다. 열심히 잘 하더군요. 파이팅 재혁!!

마실 다녀오신 어머님이 깜짝 놀라시며 뒤로 넘어지십니다. 
"택배로 온게 뭔가 했더니, 이거구만. 어쩔라고 그래.."
주저리 주저리 걱정,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어쩔 수 없죠. 작년에 배추가 썩 좋지 않아서, 나쁜 인상이 박혔습니다. 무조건 올해는 성공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어머니가 시원한 커피 또는 미숫가루를 타주시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시장에서 떡도 사다 주셨습니다.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님입니다!!

씨앗을 다 넣고, 재혁군은 떠나고, 이제 모종판을 물에 담구는 작업을 합니다. 형이 수고 많이 해줘서, 10시 40분에 완료. 나는 여기 저기 어지러운 마당과 현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헤어졌습니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는 말에 비닐을 사서 덮자는 의견까지 교환하고, 빠빠이.

집으로 와서 사진기를 들고 다시 마당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곧바로 글써써 올립니다. 어둠 속에서 찍은 사진이니 양해해주시기 바라고, 밝은 낮에 좋은 사진과 싹이 나올 때 하루 단위로 찍어 올리도록 하죠.

이제 씻어야겠습니다.

정말 힘들고 바쁘고 보람찬 하루입니다.

아래는 작업을 마친 사진들입니다.
전체 과정을 못 찍은 것은 유빈이가 나들이를 가서 작업할 때 사진기가 없었습니다.
작업할 때 주민 여러분들이 한 마디씩 한 것을 동영상으로 찍었으면 예술이었을텐데, 아쉽습니다.